4월 월간 편지

사호를 사랑하는 고객분들에게 매달 전해드리는 편지로,
 창업자가 집에서 보낸 시간을 공유하고
받는 분의 안부를 묻습니다.


__님께,
봄비 뒤에 맞이하는 오늘은, 녹음이 더 없이 초록이고, 하늘은 더 없이 파랑입니다.
__님은 요즘 어떤 봄을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봄은 제게 유난히 버거운 계절이었습니다.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나을만 하면 계속 탈이 나서 끼니를 잘 못 챙겨먹는 날들이 많았어요.
세상은 새로운 계절을 맞아 하루하루 생기가 넘치는데 저만 혼자 멈춰있는 기분이 스스로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었죠.

그날은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어요.
홀로 한참을 누워있다가 결국 불을 켜고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맡에 쌓아둔 책 중 하나를 집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어 그 중 가장 가벼운 책을 펼쳤어요. 그것이 바로 이번에 보내드리는 책,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입니다.

무작위로 펼친 페이지에는 김향지 시인의 말이 있었는데

 '
말을 동경했습니다.
글을 말보다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나를 살게 한 지표들은
실은 아름다운 느낌들이었습니다.
'

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제가 왜 기분이 안좋을 때면 시집을 꺼내는지 김향지 시인의 말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어요.
위로와 응원이 되어 줄만한 문장을 찾아서 기분을 얼른 살려내고 싶었던 것이죠.
하지만 게으른 사람이라 가장 가볍지만 진한 문장이 담긴 시집을 읽어왔던 것이에요.

요즘도 버거운 하루를 보낸 뒤에는 제가 아는 가장 얇은 시집을 꺼내어 무작위로 펼칩니다.
마치 보물을 찾는 것처럼요.
이 곳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느낌이 __님을 지탱해줄 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유난히 공감가는 시인의 말이 있다면 그의 시집을 찾아 읽어보는 재미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속에 간직한 시 한 구절이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더 오래 붙잡길 바라며,


 사호의 김태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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