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의 힘


콘초가 가장 사랑하는 강아지 인형이 위독한 상태에 빠진 날이었습니다.
목에는 구멍이 나 솜이 철철 흘러나오고 눈, 코는 떨어져 나간 심각한 상태였죠.

그래서 서랍 깊은 곳에 있던 털실을 꺼내어 본격적인 대수술에 돌입했습니다.
두껍고 튼튼한 초록색 실로 찢어진 목을 꿰매고, 남은 실로 초록색 눈을 만들었습니다.
보들보들한 주황색 실로 코를 만들어주고 나니 뭔가 아쉬워 발바닥에 콘초 이름을 새겨주었습니다.
수술을 결심하고 마칠 때까지 단 삼일이었는데도 콘초는 인형을 다시 물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더군요.

삐뚤빼뚤 놓여있는 제 바느질을 보니 비디오테이프 속에 담겨있던 아주 어렸을 때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콘초처럼 그 시절 아주 열렬히 애정했던 미키마우스 인형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사랑했던지 포대기에 업고 안고 재우고, 지금 생각해 보니 아이가 아기를 돌보는 모양새였겠군요.
비디오 속 그 인형은 누가 봐도 이곳저곳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바느질로 겨우 수명을 지속하고 있던 것이었죠.
어머니의 바느질 덕분에 제 어린 시절의 가장 애틋한 감각이 지금까지 흐릿하게나마 남아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느질은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의 사물을 더 애틋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음식에 손맛이 있듯이 내 물건에도 손맛이 있는 걸까요.

이토록 작은 인형에 이토록 사소한 바느질뿐인데도 저와 콘초의 세계는 한 발짝 넓어지는 기분입니다.


2025년 4월,
창틈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이 싱그러운 창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