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첫 번째 매력


필사에 손을 놓은 지 딱 일 년이 된 것 같습니다.
필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도 그동안 꾸준히 하지 않은 것은, 저에게 그 좋은 점들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펜을 들게 된 것은 글을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제 안에 있는 글 창고가 바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야 하는 일인데 창고에 쌓아둔 것이 없으니 꺼낼 것도 점점 사라지는 것이죠.

매번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욕심에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잘하고 싶다는 말이 숨겨져 있습니다.
왕도를 찾다 보니 시간은 흘러 창고는 비어버렸고, 글쓰기가 두려워지는 순간이 찾아오더군요.
그래서 꾸준히 좋은 문장을 새기며 나의 글 창고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사를 마치고 나니 밑줄 위에만 앉아 있던 책 속의 좋은 문장이 제 공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좋은 문장을 손으로 천천히 옮겨 적으니 그만큼 창고에 오래 담겨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좋은 것을 가득 채우면 좋은 것이 나온다는 단단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발견한 필사의 첫 번째 매력은 나의 글 창고를 멋진 문장으로만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라는 책을 담았습니다.
사랑이 흩어질까봐 외려 외로움을 선택하는 가엾고 여린 마음이 여운을 주는 소설입니다.


2025년 4월,
몸을 덮힐 정도로 꽤나 따뜻해진 햇살이 나른한, 일요일 아침에